세상의 모든 것은 딱딱하다. 무의미하게 스쳐 지나가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것에 이야기가 담기면 달라진다. 세상 어떤 것이든 이야기가 엮이고 의미가 부여되면 그 순간부터 생명을 가지고 숨을 쉬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특정한 무언가에 이야기를 담아내고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 붐이 일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Story(이야기)’와 ‘Telling(전달하기)’의 합성어. 특정한 무엇인가를 응용해 만든 이야기로 어떤 방식을 통해 어떻게 재미와 감동을 전해줄 것인가 하는 게 스토리텔링의 정의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문화산업을 비롯한 각 계에서 스토리텔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면서 ‘이야기 전달’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왜 스토리텔링인가=스토리텔링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이야기의 특성 때문이다. 세계적 성공을 거둔 영화 ‘반지의 제왕’은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문화산업 활성화의 표본이 되는 사례다. 영국 작가 J.R.R 톨킨이 1950년대에 완성한 3부작 소설을 근간으로 한 이 영화의 성공 이후 영화 주인공의 이름을 딴 ‘프로도 경제(Frodo Economy)’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경제적 파급 효과는 막대했다. 촬영지였던 뉴질랜드에선 2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되는가 하면 외국인 관광객이 평균 10%가량 늘었고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광고 효과도 4800만 달러에 이른다.
‘반지의 제왕’의 성공 이후 국내에서도 각종 산업의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스토리텔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문화재청에서는 지난해 ‘스토리텔링 페스티벌’, ‘문화유산 스토리텔링 체험 워크숍’ 등을 개최한 바 있고 관광공사도 올해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외화수입 1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세우는 등 스토리텔링 개발을 위한 수많은 지자체, 기관, 단체들의 공모전과 행사, 상품들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산업을 구상 중인 곳의 대다수가 안고 있는 고민은 ‘이야기’다. 얼마나 대중들에게 쉽게 이해되고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얘깃거리를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지만, 순수 창작으로만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나 각 지자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한국불교다. 한국불교의 사찰에는 저마다 수백 년이 넘도록 이어져 오고 있는 전설이나 설화가 있기 때문이다.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종훈)도 올해부터 경전 속 이야기나 사찰 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응용 사업을 연구, 도입할 계획이다. 이미 관련 예산도 배정해 놓았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나서서 불교계에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사업을 적극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교 스토리텔링 가능성과 효과=동자승의 실수로 그림을 그리던 백호가 죽어 끝내 단청을 완성치 못했다는 내소사 단청 이야기나 부석사 선묘각에 얽힌 의상대사에 대한 선묘의 사랑 이야기처럼 사찰이름이나 스님에 얽힌 일화, 설화 등 한국사찰이 가진 다양한 이야기 거리들은 오랜 시간 구전으로, 문헌으로 전승돼 오며 대중들에게 검증된 소재들이다.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밌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현대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적 요소도 적지 않아 각색 여부에 따라 재미도 충분히 보장된다. 불교 스토리텔링이 소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관광, 교육 어느 분야에서든 높은 활용도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대표적인 캐릭터가 개발될 경우 ‘아기공룡 둘리’나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일본의 ‘이웃집 토로로’와 같이 캐릭터 사업에서도 적지 않은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특히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면 천편일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템플스테이를 사찰마다 다양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스토리텔링은 재미를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전법이나 포교의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활성화를 위한 과제=한국불교는 이처럼 스토리텔링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불교를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불교 스토리텔링의 성공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애니메이션 ‘오세암’과 영화 ‘동승’, ‘달마야 놀자’다. ‘오세암’은 동화작가 정채봉 씨에 의해 동화로 각색돼 큰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동화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오세암’은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는 등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음에도 국내에서는 관객 동원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 많은 평론가들은 스토리가 진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화가 주었던 재미와 감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반면 사찰과 스님을 소재로 한 영화 ‘동승’과 ‘달마야 놀자’는 관객 동원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두 영화는 모두 창작의 이야기를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가 가진 철학적 깊이와 재미, 감동이 관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단의 평가를 받았다.
스토리텔링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문화사업단 기획홍보팀 이민우 대리는 “불교 스토리텔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각각의 소재를 재밌게 구성할 줄 알면서도 불교 전반에 대해 박식하고 교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작가가 필요하다”며 “불교 스토리텔링을 위한 작가를 발굴하거나 양성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관련 세미나 지속적인 개최와 종단 차원의 공모전 실시, 개발 콘텐츠와 관련 인재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 마련 등이 이루어져야 불교 스토리텔링을 위한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983호 [2009년 01월 19일 12:48] var TSIZE = 5;function haFont(SIZE) { TSIZE = parseInt(SIZE) + parseInt(TSIZE); document.getElementById("news_content").style.fontSize=TSIZE;}haFont('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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